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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죄, 면죄부는 없다

yeosuo2 2025. 4. 18. 19:31

성직자의 성범죄, 거룩함 뒤에 숨은 면죄부는 없다

최근 충격적인 사건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84세의 전직 사제 앤서니 피어스가 과거 저지른 성범죄를 자백하고 징역 4년 1개월을 선고받은 것이다. 피해자는 법정에서 "그 일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며 "그가 내 인생을 망쳤다"고 울분을 토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전 세계적으로 성직자에 의한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으며, 교회의 대응은 느리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성직자라는 신분을 이용한 범죄 많은 성직자들은 종교적 권위를 앞세워 신도들의 신뢰를 악용해왔다. 일부 사례에서는 가해 성직자들이 피해자에게 "이건 신의 뜻"이라며 범행을 정당화하거나, 발설하면 가족이 지옥에 간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들은 두려움과 죄책감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고, 가해자는 성스러운 지위를 방패 삼아 처벌을 피할 수 있었다.

교회 조직의 은폐 구조 더 큰 문제는 교회가 이런 범죄를 조직적으로 은폐해왔다는 점이다. 프랑스의 한 조사에 따르면, 70년간 가톨릭 교회 내 아동 대상 성범죄가 21만 6천 건에 달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도 300명이 넘는 성직자가 1,000명 이상의 아동을 학대했으며, 교회는 이를 숨기기 위해 매뉴얼까지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떤 성직자는 성범죄를 자백하고도 경찰 대신 다른 지역으로 전근을 갔고, 그곳에서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었다.

피해자보다 조직 보호가 우선 교회는 겉으로는 자비를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피해자를 보호하기보다는 교회의 명예를 지키는 데 집중해왔다. 피해자들의 호소는 무시되기 일쑤였고, 가해자는 내부 징계나 전출로 조용히 처리되곤 했다. 피해자에게는 금전적 보상을 제안하거나 사건을 덮으려는 압력이 가해졌고, 그 결과 많은 이들이 오랫동안 침묵해야 했다.

늦고 미온적인 대응 가톨릭 교회의 성범죄는 미국, 유럽, 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 수만 건의 사례가 드러났다. 그러나 교황청과 각국 교구의 대응은 대체로 느리고 미온적이었다. 교황은 "무관용"을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많다. 호주에서는 아동학대 고백을 들으면 신고하라는 권고도 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거부당했다.

이제는 외부의 감시가 필요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종교라는 이유로 범죄가 용서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실제로 미국 몇몇 주에서는 정부 차원의 조사와 법적 조치로 오랜 침묵을 깼고, 가해자들이 처벌받을 수 있었다. 독립적인 조사기구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해 성직자는 평범한 범죄자처럼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하며, 이를 은폐한 교회 지도자들도 책임져야 한다.

피해자 중심의 개혁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우선으로 하는 제도와 문화의 변화다. 교회는 더 이상 내부적으로 문제를 덮지 말고, 철저하고 투명한 외부 감시 아래에서 개혁해야 한다. 성직자의 성범죄는 결코 종교라는 이름으로 용서받을 수 없다. 이제는 가해자와 은폐자 모두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며, 교회가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면 사회의 강력한 개입이 필요하다. 거룩함 뒤에 숨은 죄악에 면죄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 2013 년 호주 멜버른에서 성직자 성범죄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 사진 출처 =  THE AGE